"요즘도 유선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쓰는 사람이 있네?"라는 이야기를 가끔씩 듣게 됩니다. 블루투스 장비들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TWS 이어폰이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죠. 여러 브랜드의 TWS 이어폰을 가지고 있고 선물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전 아직까지는 유선 이어폰을 더 좋아합니다. 무선의 편리함도 좋지만 소리에서도 그렇고 유선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간에 소개하는 파이널 E3000 역시 요즘 대세인 무선(TWS) 아닌 유선 이어폰입니다. 저는 파이널 제품을 처음 사용을 해보는데 주변뿐 아니라 커뮤니티에서도 평이 상당히 좋더군요. 소리의 취향에 따라서 평가가 좀 달라지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저음과 공간감이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플랫한 소리를 좋아하는 편인데 사용자들의 평가이 워낙 좋은 제품이라 상당히 궁금하더군요.
박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Hi-Res 로고와 유광으로 마감된 스테인리스 하우징의 소개 그리고 뒷부분에 소개된 이어폰의 swing-fit에 대한 착용 방법을 소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유/무선 이어폰 리뷰를 할 때 여러 번 언급을 했었지만 이어폰은 착용방법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지게 됩니다. 이어팁의 크기와 방향을 항상 신경 써야 합니다.
박스 위아래 모두 봉인 스티커가 없네요. 봉인 처리가 되어있지 않은 제품은 개봉하는 손맛도 그렇지만 뭔가 새 제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정말 좋아하지 않습니다.
박스를 개봉하면 이어폰과 액세서리는 따로 포장이 되어있습니다.
커다란 종이는 워런티 카드와 제품의 사용 설명서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QR 코드입니다. 유선 이어폰은 TWS 제품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기능이나 조작방법이 거의 없는 편이라 간단하게 설명이 되어있어도 괜찮지만 파이널 E3000은 제품에 대한 설명은 없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QR에 대한 설명만 있습니다.
QR 코드별로 여러 가지 언어의 설명서를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한글은 빠져있더군요. 박스 포장의 봉인 씰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E3000의 구성품은 상당히 푸짐한 편으로 이어폰, 파우치, 이어후크와 4쌍의 추가 이어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어폰에 장착되어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총 5쌍의 이어팁이 있습니다. 이어팁의 크기는 이어폰의 소리를 좌우하는 큰 요소 중에 하나로 다양한 사이즈를 제공하는 건 큰 장점입니다.
유선 이어폰의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케이블에서 전달되는 터치 노이즈입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버이어 방식을 사용하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파이널 E3000은 오버이어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어후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어팁의 개수와 마찬가지로 역시나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4쌍의 추가 이어팁은 중심 부분이 모두 다른 색으로 되어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크기별로 같은 색으로 구분을 하고 있는데 E3000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구분을 하고 있습니다. 제일 큰 크기와 제일 작은 크기의 이어팁의 색이 같게 되어있어서 잘 모르는 분들은 당황하실 수도 있을 거 같네요. 한글 설명서가 있다면 이런 부분이 훨씬 더 좋았겠죠. 그래서인지 제품을 판매하는 DB에는 설명이 있더군요. 이어폰에서는 기본적으로 오른쪽에 조금 다른 표시를 하거나 빨간색으로 사용을 하고 있으니 빨간색 계열을 오른쪽으로 사용하시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의 필수품 중 하나인 파우치입니다. 일부 제품들은 인조가죽 특유의 냄새 때문에 실제 사용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E3000에 포함된 파우치는 다행히 냄새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어폰의 유닛 부분은 따로 비닐로 포장이 되어있습니다.
측정은 14g으로 유선 제품 중에서도 가벼운 무게입니다.
"ㄱ"자 형태의 3극 커넥터로 되어있습니다.
케이블은 터치 노이즈를 줄일 수 있는 부드러운 코팅으로 되어있습니다.
이어후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터치 노이즈로 인해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어후크를 끼우게 되면 케이블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미리 케이블 길이를 맞춘 상태에서 끼우시길 바랍니다.
스테인리스 소재의 하우징에는 FINAL / E300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진에서처럼 E3000의 이어팁은 조금 더 긴 편이라 다른 이어폰들에 비해 귀 안쪽으로 조금 더 깊게 장착이 됩니다. 이어팁은 사용자의 귀에 알맞은 크기와 착용 위치가 중요합니다.
이어폰 하우징 아래쪽에는 L / R로 좌우 구분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오른쪽에 빨간색 이어팁을 장착하시면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음역대의 공간감을 늘려주기 위해서 하우징 뒤쪽에는 여러 개의 작은 구멍(Hold)들이 있습니다. 드라이버에서 나오는 소리가 밖으로 새는 걸 막기 위해서 하우징 안쪽에는 필터가 장착되었습니다.
파이널 E3000의 경우 일단 착용감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14g으로 측정이 되었지만 실제 느낌은 이보다 더욱 가볍게 느껴지더군요. 현재 사용하는 이어폰이 12g인데 체감상 E3000이 더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귀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는 착용감 때문인지 케이블의 재질 때문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착용감은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어후크를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터치 노이즈가 심하지 않아서 출퇴근을 할 때도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소리의 성향은 듣던 대로 저음이 꽤 많았습니다. 보통 "풍부한 저음"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 말이 딱 어울리는 소리였습니다. 강한 타격감이 아닌 저음 자체가 굉장히 풍성한 소리를 들려주더군요. "Can't Stop the feeling" 노래를 듣는데 저음이 이렇게 많았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 놀랐습니다.
Coldplay "Viva La Vida" 도입 부분에서 드럼(북)과 함께 첼로와 바이올린 소리가 나오는데 타격감이 있는 북소리보다 첼로의 소리가 더욱 도드라지게 들리더군요. 보통은 북의 타격감을 좀 더 강하게 느끼고 현악기에서는 부드러움을 느끼게 되는데 E3000은 반대의 느낌이었습니다.
타격감이 강한 편이 아니라 킥, 탐(TOM), 스네어와 같은 드럼 소리도 부담이 적은 편이었습니다. 드럼의 강한 비트에 랩 부분이 묻히지 않고 확실한 구분 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한 비트의 드럼 소리가 부담되는 분들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음상의 위치는 제법 잘 잡혀있는 편이었습니다. 공간감이 좋다는 평은 아마도 이런 부분에서 기인을 한 거 같은데 좌우 스테레오 이미지는 그리 넓은 편은 아녔습니다. 스테레오 이미지가 좁아서 단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 기준에서는 일반적인 수준이었습니다. 보컬의 음상은 악기보다 살짝 앞에 있는 느낌으로 한걸음 정도는 아니고 반걸음 정도의 표현이 좀 더 잘 맞을 거 같습니다. 저음이 양이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보컬의 마스킹이 잘 느껴지지 않는 건 아마도 이런 음상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학생들의 노래나 연주를 자주 보는 편입니다. (보통 음악 학원에서 많이 올리더군요) 보컬(커버), 기타(일렉, 베이스), 드럼 연주를 주로 보는데 확실히 베이스 기타의 소리가 상당히 좋더군요. 앞서 언급을 했지만 저음의 양이 굉장히 많고 특히나 현악기(기타, 건반)에서 울리는 저음의 소리가 많았습니다. 베이스 기타의 단독 연주에서는 괜찮았지만 다른 악기와 같이 어우러졌을 때는 조금 과하다 싶은 소리도 있어서 베이스 소리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과는 잘 안 맞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나이가 들다 보니 저음역대보다는 플랫 하거나 맑은 소리의 고음을 조금 더 찾는 편이라서 듣는 노래나 음악에 따라서는 저음의 양이 좀 부담이 될 때가 있더군요.
이번에 파이널 E3000을 테스트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부분은 소리가 아닌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이었습니다. (소리가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 MSG를 살짝 보태서 설명을 하면 정말 착용했는지 모를 정도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제 착용을 했을 때 무게가 더 적게 나가는 제품보다 더 편하고 가벼운 느낌이었습니다. (이어후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 평소에 오버이어 타입을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E3000은 이어후크 없이 착용을 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무게도 그렇지만 귀 안쪽으로 좀 더 깊게 들어가는 이어팁의 모양과 크기 그리고 재질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어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소리에 있어서는 취향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풍부한 저음의 양은 살짝 놀랐습니다. 이 정도 가격에서 6.4mm 다이내믹 드라이버 한 개로 이 정도의 저음 표현 능력은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보통은 저음의 양이 많아지게 되면 보컬의 소리가 묻히는 경향이 있는데 E3000은 보컬을 좀 더 앞으로 두어서 이런 부분을 많이 줄였습니다. 잔향(殘響 : Reverberation)의 효과인지 공간감은 좋은 편이었지만 이에 반해 좌우 스테레오 이미지는 그리 넓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 공간감과 스테레오 이미지는 많이 다른 부분이라 설명할 때 많이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스테레오 부분은 넓지 않다는 표현이지 좁다는 뜻이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드럼과 같은 타악기보다는 현악기의 소리가 좀 더 풍성하게 느껴져서 일반적인 클래식을 주로 듣는 분들에게도 꽤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이런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소리를 들려줄 수 있으니 본인의 성향에 맞게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제품의 장/단점을 끝으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오타나 수정 그리고 추가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확인 후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점
1. 다양한 구성품 (4쌍의 추가 이어팁, 이어후크, 파우치)
2. 좋은 착용감 (가벼운 무게, 적은 터치 노이즈)
3. 풍부한 저음의 양
4. 2년의 고객지원
단점
1. 봉인씰이 없는 박스 포장
2. 한글 서명서 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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