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나 장비들을 좋아하는 저는 같은 제품을 다시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여러 가지 제품을 사용하면서 기능이나 차이점들을 확인하는 게 즐겁기 때문이죠. 하지만 특정 기능이나 성능이 정말 맘에 들거나 저한테 딱 맞는 제품들은 지독할 정도로 바꾸지 않고 해당 제품만을 고집하게 됩니다. 이런 기기들은 보통 키보드나 마우스 그리고 음향 관련 제품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마우스는 무조건 로지텍을 고집했으며(지금은 많이 바뀌었네요.) 헤드폰은 AKG K702를 3개째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특정 제품만을 고집하게 되더군요. 이번에 소개하는 슈어의 SE215 이어폰도 기존에 사용하고 있었지만 다시 구입할 만큼 매력적인 제품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슈어 SE215 SPE의 스펙을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기존의 슈어 SE215 이어폰에 SPE(Special Edtion)라는 문구가 붙어있지만 기존 제품과 거의 같은 스펙입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하우징의 색과 케이블의 길이가 30cm 가랑 짧아진 부분입니다. SPE 버전을 다시 구입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컬러입니다. (개인적으로 파란색을 좋아합니다.)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이름답게 어떤 부분이 스페셜하게 바뀌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SE215 버전에서는 초록색 박스였는데 하우징의 색에 맞춰서 박스 색깔도 같이 바뀌었습니다.
큼지막한 봉인 스티커가 부착되어있습니다.
다른 음향 기기들도 그렇겠지만 슈어 제품은 유독 짝퉁이 좀 많습니다. 이어폰쪽은 아니지만 SM57, SM58 마이크들은 짝퉁이 워낙 많으니 되도록이면 믿을 수 있는 업체에서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삼아사운드에서 유통하는 국내 정품은 2년간 고객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영수증과 박스의 시리얼 스티커는 잘 보관해야 합니다.
이어폰, 보관용 케이스, 추가 이어팁과 여러 가지 설명서가 있습니다.
이어팁의 교체 방법(2번)과 이어폰의 착용 방법(3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SE215를 사용자라면 이어팁의 분리가 꽤 까다롭다는 걸 아실 겁니다. 아래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MMCX 타입으로 케이블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커스텀 케이블을 사용해본 적은 없네요.
SE215와 마찬가지로 SE215 SPE 역시 총 6개의 이어팁(폼팁, 실리콘 팁)이 들어있습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폼팁을 사용했는데 언젠가부터는 실리콘 재질의 이어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리콘 재질의 이어팁과 폼팁은 소리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바꿔가면서 사용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어팁은 자신에게 잘 맞는 크기로 장착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노즐을 청소하는 도구입니다. 예전에는 이게 뭘까? 라면서 한참을 생각했었습니다.
이어폰을 보관할 수 있는 케이스(파우치)입니다. SE215는 유닛의 크기도 조금 있는 편이고 케이블이 꽤 긴 편이라서 케이스가 꼭 필요합니다. 오른쪽에는 가방에 걸 수 있는 고리(카라비너)가 있습니다.
SPE 버전으로 오면서 다행히 케이블 길이가 1.2m 정도로 짧아졌습니다. 이전에는 1.5m로 너무 길어서 밖에서 사용하기 부담스러웠거든요. 느낌상 케이블의 뻣뻣한 부분 역시 이전보다 조금 더 나아진 거 같습니다.
케이블이 짧아진 만큼 케이스에 넣기도 조금 더 좋아졌습니다.
"L"자 모양의 3.5mm 커넥터 역시 조금 큰 편입니다.
케이블은 케블라(Kevlar) 소재로 되어 내구성이 좋은 편입니다.
실리콘 팁을 장착한 유닛은 개당 약 3g, 케이블까지 포함하면 26g으로 측정되었습니다.
MMCX 타입으로 쉽게 분리할 수 있습니다.
유닛과 케이블에는 모두 좌우(L / R) 표시가 되어있어 헷갈리지 않고 장착할 수 있습니다. SE215 이어폰은 귀 뒤로 케이블을 넘겨서 장착하는 오버이어 타입의 이어폰입니다. 귀 뒤쪽으로 고리처럼 걸수 있는 이어가드가 포함되어있는데 이 부분이 꽤 뻣뻣한 편입니다. 이어가드가 귀 위쪽으로는 밀착이 잘 되지만 뒤쪽 중간부터는 살짝 뜨게 됩니다. 이어가드가 뜬다고 이어폰의 벗겨지거나 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게 좀 불편했습니다.
SE215 투명 하우징을 사용했을 때도 디자인은 만족하는 편이었는데 SPE 버전의 파란색은 훨씬 더 예쁘더군요. 슈어에서는 "트랜스루슨트 블루"라고 부르던데 우리말로 하면 "투명 파랑"정도 될 거 같네요. SPE(스페셜 에디션)이라는 이름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SE215는 귀 안쪽으로 많이 들어가는 하우징이 아닌 귓바퀴 쪽으로 자리를 채우는 방식의 하우징으로 착용감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방향을 잘 맞춘다면 슈어(SHURE) 로고가 일자로 됩니다. 하우징의 파란색과 흰색의 슈어 로고가 잘 어울립니다. ^^
실리콘 팁으로 바꾸기 위해 기본 장착되어있는 폼팁을 제거했습니다.
위에서 언급을 했지만 폼팁을 뺄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폼팁의 특성상 힘을 주면 수축이 되는데 이때는 손가락으로 잡기가 좀 힘들죠. 이어팁을 꽉 잡고 살살 돌리면서 빼야 되는데 위치를 잘못 잡게 되면 사진처럼 폼팁이 찢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리콘 이어팁은 어렵지 않은데 폼팁이 유독 이런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어팁은 소모품이지만 한 번도 못쓰고 저렇게 찢어지니 맘이 아픕니다. ㅜㅜ
실리콘 이어팁으로 바꿔주었습니다. 한동안 이어폰을 쓸 때는 무조건 폼팁을 사용했는데 요즘은 실리콘 재질의 폼팁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드나 제품처럼 투명한 이어팁을 장착하면 더 멋질 거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평가가 아닌 그냥 제 의견입니다. ) SE215 / SE215 SPE는 슈어(SHURE)에서 보급형 or 입문용 라인의 제품입니다. 하지만 보급형이나 입문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입니다. 슈어의 SE846 같은 고가의 이어폰은 구입해서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어디 가서 SE215 이어폰의 성능(소리)이 나쁘다는 평을 받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SE215와 같은 제품들을 IEM(In-Ear Monitoring)으로 표현을 하는데 여기서 모니터링이라는 단어는 조금 조심해야 되는 부분입니다. 이 모니터링이라는게 사람들마다 다르게 생각하기도 하고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이것 역시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모니터링이라는 단어는 어떤 특정 기술이나 기능이 아닌 홍보(마케팅)에 가까운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모니터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플랫(Flat)하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SE215 제품은 플랫한 소리와는 거리가 있는 제품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모니터링은 소리의 성향이 아닙니다. (얼마 전 다른 곳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와서 적어봤습니다.)
제가 느끼는 SHURE SE215 SPE의 가장 좋은 부분은 팬텀 이미지(Phantom Image)로 부르는 음상입니다. 이런 음상에 대한 표현은 드라이버의 성능이기도 하지만 주변 소리를 잘 차단해주는 차음성도 큰 역할을 합니다. 패시브(Passive)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부르는 차음성은 인이어 방식의 이어폰들이 가져야 할 기본 능력 중 하나로 SE215는 외이도 부분을 잘 지탱해주며 귀 안쪽을 확실하게 막아주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폼팁을 사용하면 조금 더 좋아지지만 실리콘 이어팁만으로도 충분한 차음력을 보여줍니다. 웨스톤 W40 같은 제품은 귀 안쪽까지 꽉 채워서 차음을 하는 느낌이라면 슈어 제품은 귀 구멍 입구쪽과 귓바퀴 부분을 잘 잡아서 소리를 차단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차음성은 음악을 듣는 데는 아주 좋지만 반대로 실외에서 사용할 때는 정말 조심을 해야 합니다. 차음성이 좋은 상태에서 음악까지 듣게 되면 주변을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어져 자칫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배달 오토바이나 전동 킥보드가 많아져서 더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SE215의 소리를 이야기할 때 저음 성향이라는 표현을 자주 봅니다. 이 부분 역시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이 저음의 성향을 저음이 많다~ 라기보다 강한 저음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저음 대역의 소리가 조금 강력하게 치고 빠지는 느낌이라 저음 대역이 과하게 많다거나 늘어진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SE215 / SE215 SPE 두 제품의 차이 역시 SPE 이어폰의 저음이 좀 더 강하다는 의견이 많더군요. 실제 테스트를 해보니 저음의 강도가 약간 다르더군요. SE215는 현악기에 대한 느낌이 좀 더 좋았지만 SPE 버전에서는 베이스 드럼(킥 드럼)과 같은 타악기의 타격감이 좀 더 두드러졌습니다. 이 차이는 두 개를 번갈아가면서 듣지 않는다면 바로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두 제품이 차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플라시보 효과일수도 있습니다. 제가 두 개를 블라인드 테스트한다면 맞추기는 힘들 거 같습니다.
타격감이 좋은 저음에 중고음의 착색이 거의 없는 부분 역시 만족스러웠습니다. 고음 대역이 투명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제 귀에는 이런 부분이 느껴지질 않았습니다. 물론 상위 기종의 고음보다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런 부분이 단점으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보컬이나 고음역대에서도 치찰음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특정 부분에서 가끔씩 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더군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정확하게 어떤 영역(주파수, Hz)인지는 확실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노래를 들을 때면 가끔씩 이런 부분들이 느껴졌습니다.
SE215의 음상이 좋다고 했는데 그중에서 보컬의 위치가 정말 좋은 편입니다. 노래를 완성하는 믹싱 과정에서 보컬이 가운데 있도록 작업을 하는데 이 위치가 꽤 정확하게 표현이 됩니다. 머리를 아래로 숙인 채로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치 제 정수리를 향해 노래하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제가 테스트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 보컬이나 악기의 위치 표현은 좋지만 그렇다고 음상이 가깝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현란한 드럼 연주가 있는 곡을 들을 때도 신나게 감상을 할 수 있습니다. 크래쉬 / 하이햇의 심벌 소리, 탐 / 베이스(킥) 드럼의 소리도 잘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취미로 기타를 하는 동생이 있는데 그 녀석은 이것 때문에 SE215를 꽤나 좋아합니다. (기존에 쓰던 215는 이 녀석에게 넘어갔습니다.)
SE215 SPE의 음상이나 분리도는 좋지만 소리의 양감은 그리 풍부한 편은 아닙니다. 예전에 사용했던 수월우 스타필드의 경우 소리 자체의 볼륨감이 상당히 풍부해서 듣는 재미가 있었지만 SE215 제품은 이런 느낌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니 구입하기 전 본인의 성향을 잘 생각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 성향을 가진 제품(리시버)으로 그때그때 바꿔서 듣는 걸 추천합니다. (하지만 지갑이 가벼워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10만원 초반대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제 기준에서는 소리적인 부분에서 단점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슈어 브랜드가 이어폰보다는 마이크 쪽에 좀 더 인지도가 있긴 하지만 소리를 들려주는 이어폰에 있어서도 슈어(SHURE)라는 이름값은 충분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유선 이어폰을 써?"라는 말을 가끔씩 듣게 됩니다. 여러 가지 기기들을 테스트(리뷰) 하는 걸 아는 주변 사람들이 특히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게 더 좋아서요."라고 하고 있습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지만 아직까지는 유선 제품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기기 자체의 성능도 있지만 블루투스 코덱(codec)의 한계 때문입니다. 이 코덱 역시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유선에 비해 지연시간(딜레이)과 표현할 수 있는 대역폭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슈어 SE215 / SE215 SPE 모두 이어폰의 10만원대 초반대의 가격이라 이어폰으로 입문을 하는 분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헤드폰과 다르게 이어폰은 20만원이 넘는 제품들은 구입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기능적인 부분에서 몇 가지 단점이 있었지만 소리에 있어서는 보급형이라고 해도 슈어(SHURE)는 역시 슈어(sure)라는 생각을 갖게 했던 만족스러운 녀석이었습니다. 장단점을 끝으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오타나 잘못된 부분 혹은 추가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확인 후 수정을 하겠습니다.
장점
1. 6개의 이어팁(실리콘 3개, 폼팁 3개), 보관용 파우치
2. 파란색 하우징 컬러
3. 좋은 착용감 & 차음력
4. 가격 대비 좋은 능력 (소리)
5. 2년의 고객지원
단점
1. 귀 뒤쪽으로 끝까지 밀착되지 않는 이어가드
2. 빼기 힘든 이어팁 (폼팁)
"이 사용기는 직접 구입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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